오랫만에 고향엘 내려왔다가 친구가 순천에서 태백산맥을 뮤지컬로 만들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길래, 소설을 감명깊게 읽었던 터라 다른일정을 포기하고 망설임없이 공연장을 찾았다.
하염없이 늘어선 줄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내고향의 문화수준을 보는듯해서 흐믓하기까지 했었다.
드디어 오랜 기다림끝에 공연장에 들어가서 이나이에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 표시나지 않게 뛰는 수고까지 한다음에 드디어 공연을 보게 되었다.
오케스트라의 불빛이 거슬린다고 느껴지는건 공연내내 스트레스였고, 배우들의 대사를 집어삼키는 볼륨이 지나치게 큰 음악과 몇몇 배우들과 몇몇장면을 제외하고는 절반이상 대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이또한 이해되지 않았다. 모두들 마이크를 썼던것 같은데...)내용들을 미루어짐작해야 했고, 노래도 합창은 한두곡 빼고는 아예 가사전달이 되지를 않아서 아무리 순천에서 만드는 창작뮤지컬이라고 하지만 공연이라기보다는 리허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내고향 순천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던것은 관객들의 진지한 태도였다.
내용이 절반도 전달이 안되는 상황에서도 참을성있게 관람하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박수로 환호해주는 모습은 괜히 가슴이 찡해왔었던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공연감상후기를 올리는 것은 자칫 관객들의 박수에 이공연이 잘만들어진 공연이었다는 착각을 하게 될것에 대한 우려이기도 하고 10권에 달하는 태백산맥을 끝까지 정독해서 읽은 사람이 많지 않는 상황에서 인물들이 왜곡되고,시대적 아픔과 작가가 이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들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고 한계와 편협함을 여실히 드러낸 이번 공연으로 태백산맥이란 작품을 잘못 이해하게되는것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굳이 번거로운 실명인증과정까지 거치며 글을 쓰게한 이유이다.
서울에서 비싼 입장료 내가며 부부동반해서 보는 메이저급 뮤지컬과 비교할 편협한 생각은 없으나 지방 소도시니까 그리고 태백산맥이 워낙 대작이니까 라는 자기합리화나 안일함으로 이런 공연을 무대에 다시 올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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